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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ㆍ국민참여

고마워요, 우리 국군

고마워요우리국군

국방부 근무지원단 후배들에게
후배들이라고 부르려니 어색하네. 사실 나는 예전에 없어진 단기사병이였어. 방위라고들 하지. 국방부 근무지원단 지원대대 본부중대 1소대 1분대에서 근무했다네. 파견지가 본청 총무과 민방위대였지만, 민방위업무가 대폭 축소되어 후생계와 합쳐졌기 때문에 실제로는 연금매점을 지원하는 창고지기였지. 그러니까 꿀보직 중 꿀보직. 나중에 복학해서 친구들이 군대 이야기 할 때 입 꾹 닫고 있을 수 밖에 없었지. 자네들도 아마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네. 고생하는 친구들 생각하면 편안하게 보내는 것이지. 하지만 나름 고충들도 있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생각하면 조금 서운하기도.

요즘도 본청에 행정병이 있는지 모르겠군. 나는 창고지기였지만 우리 소대 인원은 전부 행정병이였다네. 나도 병종엔 행정병이라 적혀있지. 행정병의 고충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 원래는 행정보조만 하게 되어있지만 사람 사는 게 어디 그런가. 이급 삼급이 굴러다니고 국감때는 밤 새는 것도 일수. 부대에서는 병사를 쪼아대고 처부에서는 안내려보내주고. 어느 쪽이라도 확실히 커버해주면 좋겠는데 중간에 끼어버린 병사. 설마 요즘도 그러진 않겠지? 모르겠네, 많이 바뀌진 않을 것 같아.

본청 뒤 군사법원 사이 공터가 생각나네. 우리들의 작은 연병장이였지. 어, 아직도 비밀인가? 근무지원단 병사식당에서 점심 먹은 뒤 처부로 복귀하기 전에 잠시 팩차기도 하던. 가끔 집합도 걸던. 병 사이 집합은 그때도 안돼던 것이였지만, 역시 사람 사는데 규정만 있는 것은 아니지. 군사법원과 특검단이 옆에 있다는 것이 묘한 긴장감인 있었지만. 집합이 있는 날이면 군화에 물광내고 손톱으로 군복에 주름도 다리고. 그날도 그런 날이였다네. 다들 내가 엄청 깨진 것을 알고 있었지. 담장 뒤 안보이는 곳에서 나도 군화를 확인하고 견장도 점검하고, 한껏 무게를 잡으며 등장했던 것 같네. 아이들, 그래 아이들이야, 사이를 죽 지나치며 얼굴 봤다가 군화 봤다가. 문제가 된 바로 그 병사 앞에 다다르니, 사람 얼굴이 파래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단지 앞으로 돌아와서 이런 저런 지적 사항이 있었다고 전달하고 말았지. 그 형, 고등학교 선배였거든. 나이도 많았는데.

우리 때는 별별 병사가 다 있었다네. 한국말을 못하는 병사도 있었지. 한국 음식을 거의 못 먹는 병사도 있었고. 이런 병사들을 받은 건 소대가 분해된 다음. 우리 행정 소대가 공중분해 되었거든. 기간이 남은 아이들은 다른 대대로 헐값에 팔려나가고. 가슴아픈건, 우리가 편했다고 다른 대대의 규율을 새로 익혀야 한다고.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는 따로 모아뒀지만, 팔려나간 애들은 새로운 곳에서 고생이 심한 것을 알 수 있었네. 그래, 우리가 육체적으로 편했던 것은 맞아. 부정할 수 없지. 하지만 나름의 고충도 있었는데. 의장대 애들 근무서면서 총돌리기 연습하는 것도 오죽하면. 헌병대 애들 근무서면서 다리 굽히지 못하는 것도. 영선대 애들 기름 투성이로 다니는 것. 수송대 애들. 음... 수송대는 내가 이등병일 때 걸레빠는 방법을 알려줬던 친철한 병장밖에 생각나지 않네. 인연이 별로 없었나봐. 암튼 소대가 분해되서 풀베고 농약치고 꽃심고 비투벙커 걸레질하고 그럴 때, 프랑스 박사학위 소지자면서 한국어를 못하는 형이 들어왔지. 단장한테도 영어로 보고했다던데. 인솔해온 친구가 나를 소개하며 유어 서전이라 했던. 사실은 나도 그때 막내였던 이등병한테 배우고 있었는데. 얼마 보지 못했지만, 그 후에도 잘 지내고 돌아갔는지.

재미난 이야기 없을까? 김일성이 죽었을 때 우리도 엄청난 위협을 느꼈지. 행정병이란. 대전으로 같이 내려가기엔 거추장스럽고, 잔류하게 되면 제일의 목표. 이건 재미난 이야기가 아니군. 이런 게 재미난 이야기일 거야.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는 장군식당 짬돌이들. 어이 거기 비켜요 하면, 별들이 우수수 피한다니까. 육군회관 친구도 손뼉 짝 하면 별들이 손뼉을 친다니까, 잘못한 별 놀려주면 다른 별이 팁도 주고. 주임상사가 뺏아가지만. 현충원 친구도 별들 줄세운 이야기 하고. 비슷한 이야기려나. 나도 창고지기였으니 짐들고 아슬아슬 계단 내려가다, 어디나면 민원실 계단 말이야, 앞은 짐으로 안보이고 옆눈으로 기웃기웃. 비켜주세요 하고 지나치니 검은색 군복에 뽀족한 게 있더란 말이지. 대령들은 별 말 없지만 준장들은 병사가 경례하는지 신경쓰며 다닌다거나, 중장들은 할아버지 마냥 경례하면 허허 웃으며 손흔들어 준다거나, 장군들 뒷담화... 아 근질거려라. 예를 들어 어느 장군은 운전하는 병사 머리를 때렸다거나, 여사무원 푸쉬업을 시켰다거나. 이런 이야기. 너무나 특수해서 나중에 이야기할만한 친구도 없거든.

그래,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이거야. 다른 부대와 달리 우리는 굉장히 특이한 경험을 하고 있어. 이 경험을 나중에 같이 나누며 공감할 친구들도 별로 없어. 사회로 나오면 군대 동료들과 연락이 끊기지. 그런데 말야, 다른 친구들 이야기에 끼어들기엔 조금 곤란한 경험을 하고 있을거야. 행정병은 아니더라도. 그러니, 이 경험을 같이 나누는 동료들을 소중히 여겨. 그리고, 길게 인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봐. 이 부대에 올 정도면 사실... 음...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군대가 신원보증을 해주는 셈이야. 이 자원들에 대한 별별 이야기가 다 있어. 내가 본 것도 있고. 이득으로 사람 사귀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야. 하지만, 기왕 인연이 되었다면 길게 가져가. 최소한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는 될거야. 간략한 조언 끝.

오늘 위문편지 이야기가 마음이 아파, 후배...라 할 수 있는 너희들이 생각났어. 당연히 건강하겠지. 남은 기간 잘 보내고. 참, 본청지하 일 층에 있던 국방부 시계 기억난다. 아직도 잘 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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